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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청년을 위한 세심한 교육사업을 시작해 보려고요”

기사승인 2018.04.22  09: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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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청년 대상 글쓰기 교실을 열게 된 왕건 교수

”교육을 바꿔야겠다는 거창한 상상에서 시작된 소소한 일이라고나 할까요? 내 도화지에 내가 직접 그림을 그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왕건 교수는 현재 용인송담대 호텔관광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 실현할 수 없는 교육을 만들어가고 싶어 지난 해 ‘더나눔’ 이라는 법인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꽃피어라 청춘아’라는 수원시청년활동단체를 만들고 이주청년 글쓰기 교실을 열었다. 4월 8일부터 6월 10일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교육이 진행된다. 외국인을 위한 단순 한국어 교육이 아닌 글쓰기 수업이다. 자기 스스로 이야기를 쓰며 치유하는 활동이다. 결과물은 추후 책으로 만들어진다.

왕 교수는 수원에서 나고 자라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다.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는 중국인이었고 아버지도 귀화한 한국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다문화 청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청년지원사업으로 시작된 다문화 청년 글쓰기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청년’ 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등에 해당하는 20대들을 과연 청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수원시뿐 아니라 전국에 청년 아닌 청년들이 많습니다. 예전에 결혼이주여성 친정 보내기 후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열아홉, 스무 살 한국에 시집와서 사는데 남편과 나이 차이는 10살, 20살 차이가 나요. 거기다가 남편이 일용직 노동자로 200만원 수입이 안돼요. 남편과 두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는 이주 여성의 나이가 고작 스물 여섯, 일곱이에요. 19세에서 39세까지가 청년인데 이주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 등은 청년이라 말하지 않아요.“

이주 여성의 경우 결혼했다는 이유로, 이주 노동자의 경우 노동자로 살며 청년기가 송두리째 사라진 셈이다. 한 개인의 청년기가 20세부터 30세 중반까지라고 할 때 결혼이나 육아, 노동 등으로 청년기를 박탈당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으로 이주청년글쓰기 교실을 시작했다.

글쓰기는 인간의 욕구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자신을 치유하는 효과도 있다. 이주청년들의 이야기를 말과 글로 꺼내는 일은 소통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누구도 이주 청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서나 신청서 등의 공문서가 아닌 진실된 삶과 희노애락이 담긴 이주 청년들의 책은 소중한 흔적이 된다.

15명 정도가 참가했고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수업이 이루어진다. 이주 청년들의 경우 토요일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요일 수업을 열었다. 글쓰기 강사는 전 유신 고등학교 김성신 교장선생님이 담당한다. 왕건 교수의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고 국어교과를 가르치신 분이다. 10대 시절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신 고등학교 때의 은사님과 함께 하기에 더욱 뜻깊다.

스스로 이주배경 2세대로 살아가면서 아직까지 이주 청년들의 정부적 지원이 거의 없음을 주목했다. 이주 여성 및 이주 청소년들의 지원은 있지만 청년기를 박탈당한 이주 청년들은 자신의 공동체가 전혀 없다. 이 사업을 통해서 지역 내의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할아버지는 열일곱 중국 산동에서 한국에 오셨습니다. 서울 창경원에서 중국집을 시작하여 수원 서둔동에서 양심원이라는 중국집을 하셨어요. 당시 중국 사람으로 사업하다 보니 정부의 제한이 컸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식 넷을 낳으셨고, 한국인으로 귀화를 했는데 주변 화교 사회에서 보이콧 당하셨어요.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던 할아버지는 자신이 번 전 재산을 마작 하우스에서 도박을 하며 모든 것을 잃으셨어요. 화교의 인권이 없었던 70년대 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주청년, 다문화 2세대로 살면서 가족과 집안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앞으로 수원시 역시 다문화 정책에 대한 섬세한 고민의 프레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수원 화서동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매주 베트남 사람들이 300~400명 모인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경기도에 새로운 사업 제안을 했다고 덧붙인다. 앞으로 베트남으로 취업하는 청년층이 많아질텐데 우리나라에 베트남어학과가 딱 2곳밖에 없다. 초대졸 이상의 베트남어 강사진이 있는 곳은 수업료도 비싸다. 기업도 베트남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베트남어를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확산해야 하지 않을까.

“수원에서 베트남어 강사교육을 전국 최초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베트남 노동자나 이주여성 중에서 중·고등학교 졸업한 사람들을 베트남어 강사로 양성하는 거예요. 수원의 특성화고에서 베트남어를 수업하도록 강사를 배치하는 거죠.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에 베트남어 통번역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보내고, 기업체 사원대상 베트남어 교육을 하는 겁니다. 중소기업도 베트남어 할 줄 아는 직원이 필요한데 기회가 흔치 않아요. 베트남 이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베트남어 강사 양성과정을 열고, 추후 사이버대를 졸업하게 한 다음 취업에 연계시키는 거죠.”

그는 교육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다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비싼 수업료를 낸다면 돈이 없는 사람들 역시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장애인, 노인, 취약계층, 이주청년 등 모두 배움의 기회가 존재해야 한다. 사회 불평등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다. 나 홀로 잘사는 사회가 아닌 교육을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실천적인 교육사업가로 거듭나기 위한 왕건 교수의 실천을 지지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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