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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살아온 이야기 한 권에 다 쓸 수가 없어!”

기사승인 2022.06.25  10: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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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시 향남읍 구문천1리와 3리, 주민참여 생애를 담는 구술기록 과정이 진행되다

“시집와서부터 구문천리 살았으니 50년, 60년은 살았을까? 그때는 길도 없고, 야산이고, 전기도 없고. 나무하고 물 길어다가 먹고 살고. 농사일하고 집안일하고 시부모님 모시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았지. 이혼이라는 게 어딨어. 그냥 힘들면 힘든대로 산 거지. 지금이 제일 편하고 좋아.”

화성시마을자치센터의 농어촌마을역량강화 사업으로 화성시 향남읍 구문천리 1리와 3리에서 ‘구문천리 마을학교’가 진행되고 있다. ‘나를 쓰고, 우리를 읽다’ 라는 주제로 이뤄진 마을 주민들 간의 소통의 장을 통해 마을과 개인의 이야기를 기록하여 자서전을 출간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민들의 생애 기록사 워크숍과 연계하여 개인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담게 된다.

구문천리는 발한천이 굽이져 흐르며 구성산 동쪽에 있는 농촌 마을이다. 구밀동, 문언동, 석천동을 합하여 세 마을의 첫 자를 따서 구문천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구미리, 당아랫골, 돌내, 물언이, 절골 등의 자연부락이 있다. 현재는 고령화된 마을이라서 대부분 60대에서부터 80대, 90대 노인들도 있다.

구문천 1리와 3리 마을회관에서 진행되는 주민들의 생애사 기록 과정을 통해 과거의 유산과도 같은 이야기를 발굴하게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난 수십 년간의 지난날도 역사이기 때문이다. 하나둘 사라져가는 마을의 풍경뿐 아니라 살아온 인생을 기록하면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1949년 12월 30일생.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일남삼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나 23세에 결혼해서 서울 효창동에서 2년 살다가 시어머님이 편찮으셔서 구밀 시가로 내려와서 살아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1938년 1월 12일 수원군 일왕면 정자리에서 태어났어. 4H농촌운동하다가 남편 만나고, 이 마을에서 시집와서 쭉 살고 있어. 산안마을(야마기시즘) 농장 만들고, 공동체 활동하고. 이제는 파마도 안 하고, 염색도 안 하고 그대로 살아.”

“1939년 음력 3월 2일에 태어났는데 어디서 태어났는지 몰라.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는데, 그 땐 시래기 죽 쒀 먹고, 삶아 먹고, 겉보리 먹고. 그러고도 잘 살았어. 22살 구문천리로 시집왔어. 그땐 부모가 결혼하라면 하고 안 하면 죽는 줄 알았지. 일하면 쉴 때도 있고, 자거나 놀 때도 있는데 사람들 관계가 제일 힘들었어.”

“1934년 1월 26일 장단군 용산리에서 태어났어. 삼대독자였던 아버지가 농협 이사였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집안 가세가 기울어지고. 어머니 돌아가신 다음 3년 상 때문에 결혼을 안 해서 25살에 한 거야. 64살에 구문천리 왔는데, 노년에 이렇게 사니까 너무 좋아.”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과거의 기억이 또렷하고, 아직도 바로 엊그제 일처럼 선명하다고 말씀하신다. 해방과 전쟁을 겪고 가난했던 시절을 온몸으로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은 소중한 우리의 역사가 된다. 처음에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하는 어르신들도 실타래처럼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매시간 흥미 있고 재미있다고 하셨다. 인생 이룬 것 아무것 없다고 하지만, 온몸으로 살아온 것 자체가 소중한 인생이 아닐까.

김소라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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