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산시에서 깜짝 놀랄만한 대사건이 있었다. 지역의 절대권력자인 5선 안민석 의원의 민주당 오산시장 선거 공천 개입 농간 의혹을 공개 비판하며 안 의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2회에 걸쳐 열린 것이다. 오산에서는 거의 봉건시대 왕과 같은 존재로서 정치, 행정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지배력을 행세하는 상황에서 안 의원에 대한 공개적인 반란은 그의 집권 20년에 걸쳐 처음 벌어진 놀라운 일이었다.
촛불집회가 열리게 된 배경에는 민주당 중앙당과 안민석 의원에 의해 일방적으로 도입된 ‘청년전략선거구제’와 ‘시민배심원제’가 있다. 이 두 제도는 경기도에서 5선 안민석 의원의 지역구인 오산시와 재선 임종성 의원 지역구인 광주 두 곳에 도입됐다. 안 의원과 임 의원은 한때 손학규계로서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고, 이번에 안 의원이 경기도지사 선거 경선에 나섰을 때 임 의원은 안 의원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어쨌든 용어상으로는 그럴듯한 이 제도가 ‘민주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채 특정 후보에게만 유리하게 설계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의 운영과정에서도 안 의원 측의 부정 의혹이 벌어지며 결과적으로 당심 민심 ‘꼴찌’의 안 의원 비서관 출신 후보가 1등으로 둔갑돼 당원들과 지역민의 분노를 샀다.
오산이 청년전략선거구제로 지정되고, 시장 후보 경선에 배심원제가 도입된 것은 조재훈, 문영근, 장인수, 송영만 네 명의 예비후보가 선거운동이 끝나고 경기도당 후보자 면접까지 마친 상태에서, 경선 결과 발표만 기다리던 상황에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중앙당 비대위에 의해, 경기 도중에 시합 룰이 바뀌어 버렸다.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게임룰이 바뀌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안민석 의원의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안 의원은 이번 민주당 오산시장 선거에서의 공천 농간 의혹 파문에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주범 의혹을 받고 있다.
시민배심원제로 경선이 진행되면서 기존 권리당원 50%, 지역민 50%의 여론조사로 경선 결과가 결정됐던 민주적인 방식의 국민참여 경선은 권리당원 30%, 지역민 30%, 현장 및 자문심사단이라는 명목의 시민배심원(외부인 50명) 40%의 비율로 변질됐다.
이렇게 위로부터 갑자기 강요된 시민배심원제로 진행된 경선 결과를 보면 권리당원과 지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문영근 후보는 각각 1672표(56.83%), 288표(45.28%)의 득표로 압도적으로 1위를 한 반면 장인수 후보는 각각 579표(19.68%), 160표(25.16%)로 2등도 아닌, 송영만 후보에게도 뒤진 큰 격차로 꼴찌를 하게 된다. 권리당원과 지역민 여론조사에서 문영근 후보가 모두 2배~3배 차이의 큰 격차로 장인수 후보를 누르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장인수 후보는 오직 외부인인 50명의 현장·자문심사단(시민배심원)에서만 34표(66.67%)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결국 15%의 청년 가점까지 고려하더라도 기존의 권리당원 50%, 지역민 50% 반영의 민주적인 국민참여 경선방식이었으면 문영근 후보가 민주당의 오산시장 후보가 됐을 것이지만 황당하게도 지역 현실도 전혀 모르는 50명의 외부인에 의해, 더 구체적으로는 장인수 후보에서 몰표를 던진 34명의 현장 및 자문심사단이라는 이름의 외부 시민배심원들에 의해 민주당 오산시장 후보가 결정이 됐다.
지역 실정과 전혀 맞지도 않고, ‘민주성’과 ‘공정성’이 상실됐으며, 오산의 시장을 뽑는데 권리당원과 지역민의 민심은 무시된 채 외부인인 경기도민 50명에 의해 민주당 시장 후보가 결정되고 지역의 운명이 크게 영향받는 이런 황당하고 엉터리 경선이 민주당과 안민석 의원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 시민배심원 선정 부정 의혹, 끝까지 진실 규명하고 책임 물어야
이렇게 시민배심원제 자체가 큰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시민배심원 선정 관련 부정 의혹까지 불거져 파장은 더욱 커졌다.
시민배심원제로 경선이 진행되기도 전에 안민석, 임종성 의원 측이 이미 시민배심원제의 내용에 대해 미리 알고, 사전에 작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시민배심원제에 대한 내용이 지난달 29일까지도 정확히 결정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안민석 의원 측은 이미 27일 민주당 선관위에서 유출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지지자들에게 배심원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카톡 내용이 드러났고, 임종성 의원은 이보다 전인 20여일경 시민배심원제와 관련해 지인에게 직접 작업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외부로 유출됐다.
광주 민주당 시장 경선의 피해자 박해광 예비후보 측이 제기한 광주시장 경선결과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된 5월 10일 법원에서의 논란은 시민배심원제의 ‘부정’ 내지 ‘불법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민주당 중앙당 측에서 문영근 예비후보 측에 보낸 답변 자료에는 배심원을 “이메일로 모집했다고”고 밝힌 반면, 박해광 예비후보 측에 보낸 답변 자료에는 배심원을 “무작위 전화 선정했다”고 되어 있었는데, 5월 1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오산시장 배심원 경선(14:00부터)과 광주시장 배심원 경선(16:30) 유튜브에는 동일한 배심원이 동일한 좌석에 앉아 있는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오산시장 경선과 광주시장 경선의 배심원 모집 방법이 다른데, 어떻게 동일한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인지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오산의 경우 배심원을 이메일로 모집했다는 것도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배심원을 이메일 주소를 확보한 사람들로 제한했다는 것이어서 공작의 냄새가 진동하고,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시민배심원제 관련, 맨 처음 누가, 왜 기획하고, 어떻게 설계되고 진행됐는지, 전국 수백개의 선거구 중에서 특히 경기도에서 하필 오산과 광주만 지정됐는지, 안민석과 임종성 의원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어떻게 정보가 미리 유출돼 안민석과 임종성 의원 측이 사전 작업할 수 있었는지, 모든 실체가,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과정에서 불법이나 비리가 있었다면 당의 규율과 법에 따라 관련자를 엄단해야 할 것이다.
2회에 걸쳐 진행된 반안민석 촛불집회의 참가자들은 안 의원이 선거 때마다 자신의 보좌관과 비서관을 시장, 시도의원 후보로 내리꽂고 이들을 뒤에서 조종해 시정농단을 자행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자리로 사람을 유혹하고, 쓰고는 버리고, 또 새로운 사람을 데려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희롱하고, 이걸 20년째 반복하고 있다고도 증언했다. 선거 때마다 공천 농간을 벌이고, 이번에는 시민배심원제라는 엉터리 게임룰을 가져와 수년 동안 선거를 준비한 후보자들과 지지자들의 인생을 망치고 유무형의 비용을 낭비하게 했다고 분개했다.
지역에서는 5선의 안민석 의원이 갈수록 오만해지고 농간을 부려 ‘지역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권력을 오래 잡을수록 썩고, 타락이 더 심해지는 건 불변의 진리인 듯하다. 독재자 안 의원을 정계에서 퇴출시키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이 그의 야만적 지역 통제를 끝내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