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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표(禁標),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시대상

기사승인 2020.10.22  0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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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금표(禁標)라고 하면 한자의 뜻 그대로 출입을 금지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보통 금표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인식하기 쉽지만, 의외로 금표의 목적은 다양하고, 그 사례 역시 많은 편이다. 금표를 세운 황당한 사연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에 남아 있는 연산군 시대 금표비다. 해당 금표비의 경우 사냥터의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세운 금표로, 『연산군일기』에는 도성의 사방 백리를 한계로 금표를 세워 사냥터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금표비에 새겨진 명문을 보면 금표 내 무단 침입자에 대해 기훼제서율(棄毁制書律)에 따라 처형한다고 밝히고 있어 연산군의 폭정을 상징하는 금표비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당시의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연산군 시대 금표비는 매우 의미가 있는 문화재라고 할 것이다.

고양 연산군 시대 금표비

한편 금표를 세운 사례 가운데 왕릉이나 태실, 왕과 관련된 장소에 세운 사례가 확인된다. 이 경우 해당 장소의 보호를 위해 금표비를 세우게 되는데, 가령 영월 청령포에 세워진 금표비의 경우 단종이 거처했던 곳이기 때문에 세워졌다. 또한 태실에서도 금표를 세웠는데, 『태봉등록』을 보면 왕의 태실은 300보, 왕비 소생의 대군 태실은 200보, 그 밖에 왕자나 공주, 옹주의 태실은 100보를 기준으로 금표를 세웠다. 현재 태실에 남아 있는 금표의 사례는 ▲충북 보은 순조 태실 ▲영월 철종 원자 융준 태실 등이다. 이 밖에 현륭원의 외금양지에 세운 외금양계비는 외금양지의 출입과 나무의 벌채, 가축을 기르는 행위 등을 금지하기 세운 일종의 금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보은 순조 태실의 금표
화성 외금양계비

반대로 임금이 하사한 땅인 사패지(賜牌紙)의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금표를 세운 사례 역시 확인되는데, ▲서울 경천군 이해룡 사패지 송금비 ▲은언군 묘역 사패 금표비가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천리에 있는 연안 이씨 묘역 입구에 세워진 금양계 표석의 존재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금양계 표석은 이곳이 연안 이씨의 세장지지(世葬之地: 조상 대대로 묘를 쓴 땅)로, 이곳이 연안 이씨의 금양지임을 알리기 위해 세운 표석이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금양(禁養)은 나무의 보호를 위해 벌채를 금지한 산림을 이야기하는데, 금(禁)에서 볼 수 있듯 벌채의 금지와 출입 금지 등을 포괄하고 있다.

용인 금양계 표석
용인 금양계 표석의 앞면
연안 이씨 선영 입구 표석의 뒷면

이곳에는 총 2개의 표석이 있는데, 먼저 금양계 표석은 앞면에 ‘금양계(禁養界)’가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용인군이동면서리/구수동불당산칠십번지/팔십정구단삼무보(龍仁郡二東面西里/九水洞佛堂山七拾番地/八拾町九段三畝步)’이 새겨져 있다. 뒷면의 내용은 금양지의 범위를 나타낸 것으로, 불당산 일대가 연안 이씨의 금양지였음을 보여준다. 바로 옆에 있는 연안 이씨 선영 입구 표석 뒷면의 명문을 통해 금양계 표석이 정통 3년인 1438년(=세종 20년)에 세워졌다가 501년 뒤인 1939년에 기존의 표석이 퇴락하고, 글자가 마멸되어 새롭게 새긴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금양계 표석은 화성 외금양계비와 여러모로 대비되며, 당시의 금양지와 관련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주목해볼 지점이다.

용주사. 홍살문을 지나 삼문의 계단 좌우를 주목해보자!
금연(禁煙)이 새겨진 표석
금주(禁酒)가 새겨진 표석

마지막으로 화성 용주사에는 금연(禁煙)과 금주(禁酒)가 새겨진 표석이 있는데, 홍살문을 지나 삼문의 계단 좌, 우측에 위치하고 있다. 금연이나 금주는 한자 뜻 그대로 사찰 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한다는 의미로, 해당 금표석의 존재는 얼마 전 용주사에서 있었던 호성전의 전소를 가져온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앞서 살펴봤듯 금표의 의미와 목적은 비교적 다양하게 사용이 되었고, 경기도 내에 남아 있는 여러 금표석의 존재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금표를 세운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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