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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개발이 복지를 만났을 때

기사승인 2020.05.24  06: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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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개발은 국가 간의 개발 협의를 말한다. 하지만 국제 개발은 각 나라별 입장에 따라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개발이라는 말로 인해 아직까지 자본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나라들을 산업화 시켜 GDP를 높이는 일이 국제 개발이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의 가치는 다르다. 국제 개발은 국가들 간에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 나라의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 국제 개발의 본래 취지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처럼 선진국 대열에 있는 국가의 국제 개발은 지원국의 입장해서 판단할 때 인간다운 삶이 아직 보장되지 않은 국가들을 돕는다는 취지로 이 사업에 참여한다. 주로 국제 원조,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KOICA와 같은 준정부 기관도 그 나라에 설립되어 봉사단을 운영하거나 예산 지원을 통해서 해당 국가를 돕는다.

그렇다면 국가 간 국제 개발을 하는 동안 지원을 받았던 국가의 국민은 지금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20년 전에 가난했던 나라는 이제껏 수많은 원조와 개발에 동참했음에도 여전히 가난한 나라가 태반이다. 이것은 국제 개발이라는 가면을 쓰고 지원하는 국가가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국제 원조라는 이름으로 자립이라는 지속 가능성보다는 최소한의 빈곤 해결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17년 전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을 여행한 적이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을 한지 16개월이 되던 때 다니던 시설을 그만두고 여행길에 올랐다. 당시 씨엠립에는 앙코르와트라는 거대한 유적지 말고는 소박한 시장이 전부였다.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으면 아이들이 졸졸 따라오며 조잡한 물건을 1달러에 사달라고 요청하였다. 비록 저비용 배낭여행이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물건을 사주었다.

17년이 지나 다시 찾은 캄보디아 씨엠립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뀌었다. 조명하나 없던 거리는 네온사인으로 뒤덮였다. 펍 스트리트라는 외국인 상대의 유흥 거리가 생겨나고 술집이 즐비해졌다. 국제 개발과 해외 원조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자본은 이곳을 휘황찬란하게 변화시켰다.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나라는 더 이상 아니었다. 하지만 이 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한 남자가 다가와 스마트 패드 속의 여성 사진을 보여준다. 그리고 50달러에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17년 전에는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성매매 권유를 17년 후에는 듣게 되었다.

무분별한 국제 개발과 원조사업은 이러한 폐해를 만든다.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본이 중요해지면 나오는 현상이다. 17년 전 1달러에 물건을 팔던 그 소녀는 17년 후 50달러에 자신의 몸을 팔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엄청난 재앙이다. 17년이 지났지만 캄보디아는 여전히 가난하다. 인권과 사회복지의 실천이 아닌 자본에만 의지하게 했던 방식 때문일 것이다.

국제 개발은 이제 국제 사회복지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 자본의 투입이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한국의 사회복지실천 모델과 이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들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태화복지재단의 캄보디아 지부는 캄보디아 바탐방에서 지역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다. 태화 캄보디아의 이정호 디렉터는 떠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음을 강조했다. 그 옛날 우리나라에 사회복지의 씨앗을 뿌리고 모두 남겨두고 간 그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을 다짐했다. 태화 캄보디아는 현지인들에게 자본이 아니라 자립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공동체성을 회복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가난한 휴머니즘의 저자이자 아이티의 대통령이었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는 국제원조를 하는 국가들은 가난한 국가가 정말 원하는 것은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늘 가난하고 혹은 더 가난해져서 인간의 존엄조차 말살된다고 했다. 사회복지의 철학은 인간의 존엄을 기반한다. 인간의 존엄을 살려 주체적으로 바로 서게 하는 일이다. 국제 사회복지는 원조국의 대상자를 당사국의 당사자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거대 자본의 비인간적 개발이 아닌 인권과 행복을 기반 한 사회복지 실천이 국제 사회에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건일(당진북부사회복지관 관장)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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