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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도서관 안에 빵집이 있다고?

기사승인 2019.07.23  0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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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랄라 브레드’ 주인장 이경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 싱그런 초록의 물결이 가득한 이곳에 개인 서재를 열어 이웃들에게 도서를 대출해주는 소박하고 다정한 모습을 한, ‘베짱이 도서관’이 있다. 개인이 연 도서관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데 더 놀라운 건 그 안에 빵집이 있다는 사실!

“오늘 새벽에 새로 만들 빵을 준비하는데 ‘어떻게 내가 이곳에서 빵집을 열게 되었지?’ 라는 생각에 순간, 믿기지 않아서 한참을 울컥했어요.”

촉촉한 눈망울로 입 꼬리가 한껏 올라간 모습이 마치 빨간 머리 앤이 새로운 상상을 하며 신난 모습과 닮았다.(실제로 경화 씨는 빨간 머리앤을 무척 좋아한다.) 처음 빵을 만들 게 된 것은 지금은 중학교 1학년이 된, 첫 아이의 돌 때였다. 그녀가 무언가를 직접 해주고픈 마음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었다고 한다. 막상 아이는 못 먹었지만 그 케이크를 보면서 아이가 박수 치며 무척 좋아했다고. “세상에 하나뿐인 케이크를 내 아이를 위해 만든 것도 기쁜 일이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재료들의 느낌과 변화가 너무 재밌고 즐거웠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 기분, 그것도 세상에 하나뿐인 것을 만들어낸 기쁨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연년생으로 아들을 낳고 이어서 쌍둥이 딸까지, 네 아이를 키우느라 잊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결혼 후 십년을, 그녀 자신을 살필 여유 없이 살아야 했다.

- 어떻게 도서관 안에서 빵집을 열 결심을 하게 되었나요?

제가 사실 빵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 베짱이 도서관 덕분이거든요. 베짱이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뭐가 좋을까?’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특히, 베짱이에서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12주 동안 이웃들과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누면서 오롯이 나를 생각할 수 있었죠. 그것이 본격적인 계기가 되어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베짱이 도서관이 지금과 다른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때 도서관 안에서 빵을 만드는 공간으로 작은 방 하나를 쉐어 받아 사용했었어요. 그 당시에, 연습 삼아 만든 빵을 책을 읽다가 출출했는데 잘됐다며 맛있게 먹는 이웃과 아이들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좋았거든요.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도서관과 빵집이 같이 있으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게. 그래서 베짱이 도서관이 작년 말에 계약만료로 문을 닫았다가, 올해 다시 이곳에 문을 열게 되었을 때 기꺼이 함께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죠. 그땐 작업실이었지만, 드디어 빵집으로 문을 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이렇게 가까운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이전에 작업실로써, 빵을 만들 때는 그냥 공부하며 만들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면, 지금은 누군가 제가 만든 빵을 사러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와 주신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격스러워요. 오랫동안 준비하며 마음으로 꿈꾼 일이라 더욱더 감동이 큰 것 같아요.

- ‘랄라 브레드’가 베짱이 도서관 안에서 문을 연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엄청 힘들고 그런 건 거의 없는데, 아무래도 혼자 빵을 만들어 운영하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 면에서 균형이 필요해요. 특히, 네 아이가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라서, 퇴근하고 아이들 가정통신문, 알림장 등을 확인해서 할 일을 마치고 아이들과 저녁을 보내고 내일 먹을 것을 준비한 후 다시 나와서 반죽을 합니다. 아침에도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나오는 게 철칙이죠. 아이들을 등교 시킨 후 빵을 만들기에, 문을 여는 시간이 조금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게 손님들에게 조금 죄송한 부분이랄까요. 그래도 빵을 사겠다고 시간 맞춰 일부러 찾아주는 사람들의 발길이 참 소중하고, 우연히 도서관에 왔다가 잘됐다며 빵을 사 드시는 분들의 모습에 무척 감사합니다.

-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발효종에 밥 주는 시간이요! 제가 주는 밥으로 발효가 되고 빵이 된다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행복하거든요. 밥을 주면서 잘 자라라고 하면서 준답니다. 천연 발효를 위해서는 매일 밀가루 발효종에 밥(밀가루와 물)을 줘야 하는데요. 이 밥을 먹고 맛있는 빵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에 너무 너무 신이 납니다. 특히, 이상하게 집에서는 발효가 잘 안 되었는데 이곳 베짱이 도서관에서는 너무나 잘돼요. 장소의 습도나 주변 공기, 오가는 사람들 등등 곳곳에 효모가 숨어있는데 이곳에선 뭘 해도 잘 돼서 너무 신기합니다. 확실하게, 도서관이 주는 좋은 에너지와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경화야, 재미를 잃지 말고 지금처럼 살자! 사람으로 힘을 얻었으니, 나도 그런 사람이 되자” 입니다.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냐는 물음에, 빵이 완성된 순간이 아니라 발효종에 밥을 줄 때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놀랐다. 그야말로, 빵을 만드는 과정을 사랑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빵 만드는 일을 놀이처럼 즐기면서도 정성을 다하는, ‘랄라 브레드’를 꾸준히 맛볼 수 있게 되길 소망해본다.

안세정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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