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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인생의 선물이고 배움입니다”

기사승인 2019.02.20  08: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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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도 둥근 해가 뜰까요?』를 쓴 나하나 작가

나하나 작가는 여섯 살 때 유치원 화재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화상치료를 위해 하와이로 건너가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어린 시절 고통을 견뎌냈다. 30년간 40번의 수술을 받은 흔적은 여전히 몸과 얼굴에 흉터로 남아 있다. 수 년 전 서울 고척동에 있던 그림책 카페에서의 우연한 만남 때문에 지금껏 인연이 이어졌다. 지난 해 ‘2018경기히든작가 당선작’으로 『내일도 둥근 해가 뜰까요?』 에세이를 출간했다.

“1989년 10월 16일 퇴계로에 있던 서울 치레교회 부설 유치원 화재 사건. 6명의 아이가 숨지고 나는 생존아이 7명 중 하나입니다” (p.19, 『내일도 둥근 해가 뜰까요?』 중)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내려간 글이다.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이미 화상치료와 후천적 장애, 외로움을 겪어야만 했던 조그마한 아이는 미국에 아동 화상전문병원 ‘슈라이너스 화상아동병원’으로 홀로 가게 되었다. 손이 다 타버려 뼈를 이식하여 손가락을 만드는 수술, 재활치료까지 이어지면서 나중에는 글씨도 쓰고, 피아노도 치고, 일상생활도 가능해졌다.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고 적극적이었던 성격인지라 오히려 병원의 의사, 선생님, 간호사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다.

“글을 쓰는 게 좋았어요. 7살 때부터 이야기꾼이 되어 병원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줬고, 병원의 모든 일들을 일기로 썼습니다. 언젠가는 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공모전에 당선이 되었어요. 책을 출간하는 전과정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경기히든작가 공모전은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아마추어 작가가 책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었어요. 출판사도 프로젝트로 선정되는 1인 출판사였고, 작가 역시 한 번도 출간한 적이 없는 작가였어요. 수백편의 글 중 제 글이 선정되었다는 것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화상치료 후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를 마쳤지만 한국의 사회적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중학생 때 다시 하와이로 가게 된다. 생활비를 보내주지 못하는 부모님 때문에 세일즈, 청소일, 과외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공부했다. 그리고 하와이 주립대학에서 장학금을 놓치지 않으며 공부하여 영어교육전공을 하고 공부를 마쳤다. 이후 대학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 할 당시 프로포즈 했던 유학생 남편과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는 드라마틱한 일도 있었다. 지금은 두 아들을 둔 엄마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 공부를 하고 일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어 2013년 고척동의 그림책 카페 ‘그림책 꽃밭’을 만나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고 한다.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 그림책을 읽고 글을 쓰며 문집을 만드는 일,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일 등 여전히 도전은 계속된다. 장애인권단체에서 활동하고, 인체조직기증조직 지원본부의 홍보대사일도 한다. 저소득층 화상환자 수술비 마련을 위한 마라톤도 완주했다.

“나에게 배움은 나눔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배워서 남주자’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p.123)

이렇게 말하는 나하나 작가는 자신의 책 한 권을 통해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람에 대한 평가, 외모에 대한 편견 등으로 집 밖을 나오지 못하는 화상환자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다.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이라는 조건을 딛고 지난 해에는 한신대학교 교직원으로 취업도 했다.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 감사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나하나 작가의 말을 곱씹으며 이 책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둥근 해가 필요하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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