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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과 여주에 남겨진 단종유배길의 흔적 : ‘배알미동’과 ‘단종 어수정’

기사승인 2018.08.15  23: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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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역사를 통틀어 숙부에 의해 왕위를 찬탈 당한다는 이야기는 사극의 단골 소재다. 당장 신라 때 애장왕(재위 800~809)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헌덕왕(재위 809~826)을 비롯해, 고려 헌종(재위 1094~1095)을 폐위시킨 뒤 왕위에 오른 숙종(1054~1105) 등 우리 역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위의 두 사건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반면 조선 단종(재위 1452~1455)의 왕위를 빼앗은 세조(=수양대군, 재위 1455~1468)의 사례는 주요 사극의 소재로 등장할 뿐 아니라 소설 등을 통해 대중에 깊이 각인된 경우다.

강원도 영월에 자리한 단종의 ‘장릉(莊陵)’. 조선왕릉 가운데 서울과 경기도를 벗어난 유일한 왕릉이다.

문종이 세상을 떠난 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이 일으킨 ‘계유정난(1453)’을 통해 상왕으로 물러난 데 이어, 이후 사육신의 ‘상왕복위운동(1456)’의 여파로 노산군(=단종)으로 강등되고, 영월로 유배를 가는 처지에 몰렸다. 그리고 이때 유배지로 향했던 길을 ‘단종유배길’로 명명하고 있다. 창덕궁을 떠난 단종은 청룡사 우화루에 머물던 정순왕후 송씨와 마지막 밤을 보낸 뒤, 영도교에서 이별을 했다. 이후 ‘살곶이 다리-화양정-광나루’로 향하게 되는데,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단종유배길은 화양정에서 연회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유일하다. 따라서 현재 전해지는 단종유배길은 정사가 아닌 지명과 백성들의 구전을 통해서 알려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 지명으로 남은 단종유배길의 흔적, 하남 배알미동의 유래

팔당대교를 건너 하남시 방향의 남한강을 따라가다 보면 ‘배알미동’이라는 지명이 새겨진 비석을 만날 수 있다. 이 비석을 기준으로 ‘윗 배알미동’과 ‘아랫 배알미동’으로 나뉘는데, 배알미동의 지명은 바로 단종유배길과 관련이 있다. 광나루에서 배를 타고 영월로 향하던 단종의 유배 행렬이 지난 곳이 바로 배알미동으로, 당시 유배를 가는 단종의 모습을 바라보며 백성들이 울며 배알했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하남시 배알미동. 당시 이곳의 백성들이 배를 타고 지나가는 단종의 모습을 바라보며 울며 절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단종이 지나갔을 남한강. 지금은 팔당댐이 들어서 있다.
마을회관과 다리 등에 남겨진 배알미동. 지명과 구전을 통해 남겨지는 역사의 흔적

예전 단종이 지나갔을 남한강은 이제 팔당댐이 들어서 있고, 특히 남한강변을 따라 자전거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역사의 흔적을 기억하듯 마을회관과 다리 등에 남겨진 배알미동의 지명을 통해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처럼 단종유배길의 공식 기록은 ‘화양정’을 끝으로 등장하지 않기에, 이러한 지명이 남긴 역사의 흔적은 결코 가볍지 않은 셈이다.

■ 우물에서 물을 마신 단종의 흔적, 단종 어수정 이야기

배알미동을 지난 단종의 행렬은 이내 여주시 금사면에 위치한 이포나루에 도착하게 된다. 한때 번성했던 이포나루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지금은 비석만이 그 현장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포나루에 세워진 비석의 안내문을 보면 단종의 행렬은 ‘파사성’을 지나게 되는데, 이후 지금의 여주시 대신면 상구리를 지나게 된다. 이를 알 수 있듯 이곳에는 단종이 물을 마셨다는 ‘단종 어수정(여주시 향토유적 제11호)’가 전하고 있다.

이포나루터. 지금은 비석이 세워져 이곳이 이포나루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단종 어수정의 전경. 골프장 내에 있어 접근성에 제약이 있다.

지금도 물이 샘솟는 단종 어수정은 접근성이 좋은 편이 아닌데, 어수정의 위치가 현재 ‘블루헤런’이라는 골프장 내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닌지라 접근성에 제약이 있고, 특히 골프장 내에서 도보 이동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전에 미리 연락해 골프장의 협조를 받는 것이 좋다. 앞선 배알미동과 단종 어수정의 사례처럼 정사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단종유배길의 흔적을 지명과 구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으며, 이후 단종의 행렬은 강원도 원주와 영월로 이어지게 된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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