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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은 ‘범죄’다

기사승인 2017.10.19  12: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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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단 내에서 이뤄지는 폭력은 약자에게로 향한다. 폭력의 가해자는 주로 힘이 세고, 권력과 경제권이 있고,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그것이 폭력인줄 몰랐거나, 늘 그렇게 해왔던 관습이 남아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것이 범죄인줄 알면서도 이제껏 별문제 없었다는 판단 하에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폭력의 대부분은 사건이 일어나도 ‘폭력’으로 규정하여 처벌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오히려 상대를 해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는 공권력의 개입으로 간단히 선악이 판단되고 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소위 ‘사랑’하기 때문에 들었던 부모의 매나 ‘친해지려고’ 그랬던 것뿐이라는 가해학생의 도를 넘은 장난, 혹은 격려의 의미였다는 직장상사의 스킨십에는 유독 관대해지는 사회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일상 속에서 가까운 사람에게 당하는 폭력을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제재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가 죗값을 치르게 하는데 우리 사회는 무척 소극적이다. 가정폭력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를 신고하는 사람이 적을 뿐만 아니라 실제 신고가 들어가도 사건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찰이 많지 않다는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증한다. 이런 조건 속에서 피해자는 자신을 보호할 방법도, 가해자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방법도,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요구할 방법도 요원해진다.

최근, 데이트폭력이 급증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예전부터 있어왔으나 드러나지 않고 있다가 이제야 데이트폭력의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에 호소하기 시작했나 싶다가도 데이트폭력 사건의 잔인함을 접할 때면 시대는 변했다는데 여성의 성과 몸은 여전히 위험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 답답해진다. 아니, 예전보다 더 여성혐오가 강해지면서 사회적 분노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최근 딸을 기르는 선배는 “딸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하는 걸 넘어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에게 연애와 결혼을 장려할 수 있겠는가”라고 속상해했다. 연일 이별통보에 따른 보복살인 보도가 줄을 잇던 시기였다.

주민들의 신고로 데이트폭력에서 여성을 구출하고 남성을 잠시 격리했다 훈방한 후, 곧장 남성이 피해자여성에게 접근하여 2차 가해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남성이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아닌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경찰이 이렇게 처리했을까 궁금해졌다. 이미 1차 사건에서 그의 폭력은 형사문제가 될 만큼 충분히 심각했다. 일방적인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는 이 사건을 단순히 연인간의 사랑싸움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혹여 그것이 사랑싸움이라고 할지언정 심각한 폭력이 야기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 폭행을 가한 가해자에 대한 형사상의 처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처가 아닐까. 피해자의 연인이라는 신분이 가해자의 죄를 경감하는 근거가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둘만의 은밀한 관계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말은 핑계다. 데이트폭력을 막는 방법은 둘의 은밀한 관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난 폭력 사건에 개입하여 당장의 폭력을 막고,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맞을 만하니까 때렸겠지 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정서가 다르다는 것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 정도는 이제 상식일 것이다. 또한, 난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았으니 데이트폭력과는 무관하다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우리 사회가 일상에 스며들어 어느새 자신을 잠식해 들어가는 내 안의 폭력성에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김예니(청운대 강사) sora771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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