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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성문화제의 재인마당, 오산의 갈 길을 보여주다

기사승인 2017.10.16  03: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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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무을농악

제8회 오산 독산성문화제, 역시 재인마당이 지역 역사문화축제의 핵이었고 오산의 갈 길을 보여줬다. 최악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연 인원 수천명의 관중이 몰려 뜨겁게 호응한 건 그만큼 최고의 공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지역사회가 똘똘뭉쳐 재인청 복원을 중심으로 전략 문화상품과 최고 질의 공연을 만들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면 오산이 문화와 교육의 메카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자리였다.

오산 부산동에 조선시대 4만여명의 재인들을 관리하고 교육했던, 오늘날 전통문화와 한류의 한 뿌리를 담당했다는 놀라운 사실이 지역사회에 알려진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독산성문화제에서 재인마당이라는 이름으로 경기재인청류의 춤이 선보여졌다. 경기도당굿을 비롯, 도살풀이, 진쇠춤,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태평무, 승무, 터벌림, 설장고 등이 선보여지며 지역사회에 문화적 충격을 줬고 화제를 불러왔다.

그 후 1년여 만에 이번엔 보다 현대화되고 대중적인 전문집단의 재인들 공연이 선보여졌다.

그런데 기대를 모았던 재인마당의 공연은 전문예술인들이 공연을 펼치기엔 최악의 조건 하에 진행됐다. 공연장소를 가장 구석진 곳에 배치했고, 앞에는 각종 부스로 가려져 공연이 진행되는지도 알 수 없게 만들었으며, 그 흔한 재인청 설명판 하나 없었다. 이에 앞서 공식포스터에는 아예 재인마당 공연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공연장 주변으로는 미꾸라지 잡기와 지푸라기 산오르기를 비롯, 각종 전통 체험 부스를 만들어 산만하고 공연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사전 리허설을 할 수 없게 시간을 배치했고, 음향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경기재인청의 고장이라는 것을 홍보하고, 오산이 문화의 중심으로 설 야심찬 계획을 고민하는 이때, 축제 총괄 기획사의 재인마당 전문예술인들에 대한 이런 홀대와 무례는 의식있는 지역민들을 참으로 부끄럽게 만들었다.

극단 사니너머의 ‘날아라 이시미’
연희집단The광대의 공연

이런 환경 하에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공연의 실패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오후 2시~5시 5팀의 공연이 펼쳐졌는데, 매 공연마다 수백 명의 군중이 몰리고, 특히 왕의 남자 권원태의 줄타기에 이은 전투농악을 선보인 구미 무을농악 공연에서는 구름 관중과 연신 최고다라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공연이 끝나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일부 공연의 경우 출연자 대기실에까지 사람이 몰리는 큰 호응을 불렀다.

이날 공연은 극단 사니너머의 ‘날아라 이시미’가 포문을 열었다. 중요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된 한국 유일의 전통인형극인 <꼭두각시놀음> 중 한 대목인 ‘이시미 거리’를 독립적으로 확대, 재창작하여 퍼포먼스 극으로 새롭게 재조명한 작품이다.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전통인형극을 들고 나와 이무기 설화를 차용해 인형들과 재인들의 몸짓과 표정, 재담, 춤 등을 긴장과 익살을 섞어 관중들의 박수를 이끌었다.

이어서 연희집단The광대가 풍물, 탈춤, 남사당놀이 등 다양한 전통연희 종목을 바탕으로 The광대만의 색깔이 담긴 개성 있는 공연을 펼쳐냈다. The광대는 공연장에 탈춤을 쓴 사자를 풀어 휘젓게 다니며 공연장을 두려움과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렇게 즐겁고 관중을 웃음 짓게 하는 공연이 있을 수 있을까. 이들은 최고의 버나 기술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관중을 참여시킴으로써 소통하는 공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퓨전국악그룹 시나위앙상블은 최고의 열정과 혼을 담은 앙상블 연주로 야외국악공연도 관중을 몰입시키고 끌어 모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주만으로 남녀노소, 산만하기 쉬운 많은 아이들까지 집중하게 만든 놀라운 힘은 이들의 비범한 실력 외엔 설명 불가하다. 무대설치팀의 멤버까지 감동시키고, 관중 가운데 일부가 공연 대기실까지 찾아와 연신 최고의 무대였음을 극찬 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아쟁과 가야금, 장고, 징 등 전통악기에 바이올린과 같은 현대악기를 결합시키며 멤버 각자의 놀라운 연주 실력으로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수준의 공연을 산만한 야외 공연에서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다. 씻김굿과 시나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혼이 담긴 이들의 공연에 감동과 위로받지 않은 관중이 있었을까 싶다.

시나위앙상블의 혼이 담긴 공연
권원태의 아슬아슬 줄타기

다음에 나온 권원태의 줄타기는 영화 ‘왕의남자’에서 대역과 줄타기 기술 전수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재인의 공연이다.

대략 전국적으로 10여명의 줄타기 공연자 중 실력으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명인이라 할만하다.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줄타기 기술도 최고지만 이분이 내뱉는 재담은 지켜보는 이들을 웃기고 울린다. 줄 위에서의 자유로움을 펼치는 놀라운 기예와 함께 전문예술인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열악한 공연환경을 꼬집는 등 발언도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마치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 왕조사회에 대해 절규한 것과 같은, 경기재인청의 도시 오산이 예술인을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느냐는 뼈아픈 일갈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인 권원태 명인은 2004년 미국 세계줄타기대회와 2008년 한강 세계 줄타기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세계 최고의 줄타기 공연자이다. 하늘을 나는 듯한 줄타기와 젊은 연주자들의 신명나는 우리가락으로 주변은 하나로 동화되었다.

이날 공연의 피날레는 구미 무을농악이 장식했다. 그동안 흔히 보았던 농경사회 문화를 상징하는 일반적인 농악을 예상했던 관중들은 이들이 펼치는 북가락의 웅장함과 장쾌함, 박진감에 허를 찔리며 홀딱 반해버렸다. 예상치 못한 전투농악이었다. 양손으로 북을 치고, 마치 전투에서 진법을 펼치는 듯한 움직임, 심장을 울리는 격정적인 소리와 리듬감, 활기차고 힘찬 상고 돌리기 등 이들의 전투성과 진취성은 연신 야호, 최고다, 놀랍다는 반응과 끊임없는 박수를 불러왔다. 쇠 4명, 징 4명, 북 8명, 장구 8명, 소고 12∼16명, 잡색 3명(포수, 각시, 양반), 기수 4명(농기1, 단기1, 영기2)으로 총 45명 내외로 구성된 이들의 박진감 넘치는 공연에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있으랴. 공연이 모두 끝나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는 여운은 이들이 전한 충격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나타낸다.

한편, 수준 높은 공연으로 지역민을 연신 즐겁게 했던 이날의 공연은 주어진 여건으로 재인청만의 색깔과 창조성을 드러내는데는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와 같은 독산성문화제 총괄 주관 측의 인식 부족과 제한된 예산, 축제에의 형식적인 끼워넣기로는 현재의 성과를 이어가기도, 오산만의 독창적인 전략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문화의 도시를 표방하는 오산이 무엇으로, 어떻게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의 발전전략을 모색할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가 이날 공연에 있었다면 과연 무리한 주장일 것인가.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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