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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도시남녀의 귀촌 이야기 주인공 임승재, 장정남 부부

기사승인 2017.08.16  1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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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차 원주 치악산 계곡에 놀러갔다 우연히 발견한 ‘빨간 지붕’이라는 카페 이름을 보고 들어갔다. 그곳에서 임승재, 장정남 부부를 만났다. “오늘 여기 카페 쉬는 날인데”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냥 들어오라면서 커피 한 잔을 내려주었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있는 소박한 풍경이 좋아 보였다. 부부는 7살과 5살 남매를 키우며 귀농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카페를 방문한 날 “저희 이야기가 다음 주 인간극장에 방송돼요. 인간극장 촬영팀이 20일 저희 집에서 머물면서 촬영했어요”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건넸다.

여행을 가면 누군가의 삶이 궁금해진다. 귀농을 해 시골살이를 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용기와 배짱이 있어서일까 배우고 싶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련하게 존재하는 귀농과 귀촌의 꿈은 실현 불가능해 보이기만 하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귀농하여 새로운 삶을 꾸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적으로 회자되는가보다.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살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면 ‘나도 되겠지?’라는 희망찬 마음에 쉽사리 도전한다. 하지만 농촌의 삶은 만만치 않다.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은 도시인들의 몸이기에 더욱 그렇다.

서울에서 광고 회사 다니면서 새벽별 보고 귀가하는 일이 허다했던 임승재 씨는 늘 가슴 속에 귀촌의 꿈을 품으면서 살았다. 바로 환갑 나이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주신 교훈이었기 때문이다. 짧은 인생 후회 없이 가족과 함께 ‘지금 현재’를 누리고 싶어서 걱정거리 뒤로 한 채 귀농을 했다. 산 좋고 물 좋은 원주 신림면의 농가 주택.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은 채 어떤 이끌림으로 순간적으로 결정한 일이 커져버렸다.

“이곳에 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자연 속에서 뛰어놀면서 마음으로 느끼는 법을 배워가는 아이들이에요. 또한 귀농에 관한 공부를 꾸준히 했지만 막상 시골에 들어와 보니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죠. 그런데 희한하게도 해 보면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많았어요. 김치랑 장도 담그고, 꽃도 심고, 장작도 패고, 커피도 내리고, 목공도 하고, 민박집도 열고. 모든 일들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순식간에 이뤄졌어요.”

둘은 결혼해서 7년을 산 부부인데 막상 시골 내려와 보니 ‘생판 모르는 사람’처럼 여겨졌다. “우리들이 서로에 대해서 다시금 처음부터 배워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환경이 달라지니 사람도 달라진 걸까. 그건 아니다. 환경이 바뀌면서 한 사람 안에 내재된 본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다. 껍질이 깨어지니 원래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 것일 뿐이다. 좋은 점도 보이고, 나쁜 점도 보인다. 서울 살 때는 반찬가게에서 사온 반찬을 먹었지만, 장정남 씨는 텃밭에서 가꾼 것들로 뚝딱 밥상을 차린다. 봄에 캔 쑥으로 떡을 하고, 명아주를 한 눈에 찾기도 한다. 못질 해 본 적 없는 남편은 혼자 수로를 파고, 땅을 다지고, 전기공사하고 화장실까지 만들어냈다. 텃세 많던 이웃들도 이제는 귀여운 막내로 여기면서 아이 데리고 귀농한 부부를 기특하게 여긴다.

임승재 씨에게 시골 살며 가장 좋은 점은 뭐냐고 물었다.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서울집에서는 아빠가 한숨을 쉬었는데, 여기서는 안 쉬어 라고 말해요. 아이는 구름을 보고 큰 아이스크림이라 말하고, 초승달을 보고는 하늘에 바나나가 걸려있다고 해요. 시골에 살면서 자연스레 시인이 되는가 봐요.”

그 역시 국문과를 졸업한 문학 소년이다. 자연 속에서 몸을 쓰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하나 둘 앞으로 기록해 나갈 거라 한다. 완벽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임승재, 장정남 부부와 그 자리에서 친구를 맺고 막걸리 한 잔을 나눠 마셨다. 인연은 신비롭고 알 수 없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것 같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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