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김영기 도의원(국민의힘·의왕1)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의 K-컬처밸리 사업협약 해제를 두고 경기도의회는 부당해제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도의회는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김영기 의원(국민의힘·의왕1)을 위원장으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씩 모두 14명으로 구성됐다. 오는 12월 21일까지 90일간 운영된다.
K-컬처밸리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에 1조8000억원(2020년 6월 기준)을 투입해 K-팝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숙박·상업·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기도는 전체 공정률이 3%에 불과한 가운데 사업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의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 2016년 5월 체결한 ‘K-컬처밸리 사업 기본협약’을 지난 6월 28일 해제하고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특별위원회 김영기 위원장은 양당이 참여하는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다짐하며 K-컬처밸리 사업의 의문점을 밝혀 나갈 것을 약속했다. 위원들은 “고양시민과 경기도민의 염원이 담긴 K-컬처밸리 사업을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하루속히 원인을 찾자고 의견을 모았다.
지난 14일에는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 CJ라이브시티 대표이사 김진국, 경기도 및 고양시 관계 공무원 등 증인과 한국전력, 시민단체 대표위원 등 참고인 20명이 출석한 가운데 제2차 조사를 진행했다. 21일 제3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고양시와 한국전력 등의 출석을 요구해 조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김영기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위 활동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K-컬쳐밸리 사업협약 해제에 대한 귀책 사유는 어디에 있는지를 물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통해 김동연 지사가 직접 해당 업무를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무 공무원들이 작성해서 올린 보고서에 면밀한 검토 없이 형식적으로 도장만 찍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운을 뗐다.
해당 사업은 이재명 전 도지사 재직 당시인 2020년 6월 29일 3차 기본 협약 변경에서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K-컬쳐밸리 복합개발사업 3차 사업계획 변경 신청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실현 가능성’, ‘경제적 타당성’ 및 ‘법적 타당성’ 검토가 모두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었음에도 사업추진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기본협약 변경을 승인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특위 차원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위의 활동 내용 중에는 경기도 측의 계약해지 과정도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해지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김 위원장은 중요한 사항으로 사업협약 해제 과정에서 자세한 논의가 있었냐는 것을 꼽았다. 2024년 10월 22일 행정조사특위 제3차 회의에서 협약 해제를 도지사가 아닌 과장이 ‘전결’로 처리한 것이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약 2조 원대 사업이 과장 ‘전결’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냐고 반문했다. 해당 사안은 다시 지난 11월 4일 진행된 조사특위 제4차 회의에서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김동연 지사에게 협약해제 내용을 사전에 보고한 후 ‘과장 전결’로 보고하였다고 하면서 앞선 제3차 전체 회의 당시 답변을 수정했다. 향후 조사특위는 조사를 통해 협약 해제 결재 절차의 사실이 무엇인지를 밝힐 예정이다. 그는 또 “경기도의 부실한 사업계약 관리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사업협약 결정 과정에서 공무원의 법령 및 자치법규 위반 문제가 확인되면 조사특위에서 의결을 통해 적절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의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해 경기도 측이 여전히 100인 시민위원회 구성을 통해 결정된 내용인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임을 피력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18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조사특위 제2차 전체 회의 현장 조사 확인 회의에서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K-컬쳐 밸리 복합개발 사업과 같은 대규모 문화예술 공연장 건립 사업의 시행은 우리나라에서 CJ E&M 정도가 유일하고, K-컬쳐 밸리 조성사업의 핵심 시설로 주 공연장인 ‘아레나’ 건설을 할 수 있는 곳은 대우건설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이에 K-컬쳐밸리 복합개발 사업이 어떤 식으로도 재개되면 CJ E&M이 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경기도민과 고양시민들도 CJ가 그대로 사업을 추진해 주기를 바라고 있고, 경기도의 공영개발 방식에 대해서는 거세게 반대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조사특위를 통해 경기도와 CJ의 책임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 해당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사업 추진계획을 마련한 후 경기도민과 고양시민이 원하는 방법대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CJ라이브시티 재개를 위해 5만 명이 서명운동을 하는 등 당초 원안대로 재개하게 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어떠한 점에서 더 나은지에 대해 확실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대용량 전력 공급 지연과 한류천 개선 공공사업의 지연이라는 경기도 측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CJ라이브시티는 K-컬처밸리 T1 부지에 대해 대규모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11,000kW의 전력 공급을 신청했으나, 2023년 초 한국전력공사로부터 해당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K-컬쳐밸리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자체 변전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체 변전소는 전기를 사용할 시설의 완공 2년 전까지 한국전력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경기도가 K-컬쳐밸리 복합개발사업 재개 의지가 확실하다면 지금부터라도 한전과 전기 공급 관련 내용을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류천의 유수량 문제에 대해서는 K-컬쳐밸리 개발사업 부지에서 나오는 지하수와 인근 한강물을 끌어들이는 등의 청계천 개발 방식의 모델을 참고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를 보면 K-컬쳐밸리 복합개발 사업 관계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은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진희 기자 mail@newstower.co.kr